내가 밴드를 만들고 처음 공연을 했던 게 고등학교 1학년 겨울이었다. 마음 맞는 친구들을 모아 밴드를 조직했는데 당연히 죄다 초짜들이었다. 악기는 여기저기서 빌려다 썼고, 연습은 친구가 다니는 교회에서 했다. 민규가 노래를 부르고 힘찬이가 기타를 쳤다. 민표가 베이스를 맡고, 신선이가 키보드를 연주했다. 나는 드럼을 쳤고. 우리의 첫 공연은 곧 마지막 공연이었다. 공연장소는 햇볕도 잘 들지 않는 매점
이제는 서로의 소식조차 잘 듣지 못한다. 사실 까맣게 잊고 지냈다. 내 첫 밴드이자 첫 공연을 함께 한 친구들이었는데
그러다 민표를 만났다. 전역 후 복학하고 나서였다. 학교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내가 대학에 올 때 우리 고등학교에서 이 대학으로 온 사람은 나 뿐이었다. 민표는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재수를 해 우리학교에 입학했다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녀석은 어깨에 기타를 메고 있었다. 반가움과 어색함이 반쯤 섞인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 뒤 한참을 만나지 못했다. 나는 휴학을 했고 민표는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또 까맣게 잊고 지내던 민표를 며칠 전 우연히 만났다. 이후로 우리는 도서관에서 자주 마주친다
시험을 앞둔 새벽의 도서관. 민표가 내 자리로 와 바람이나 쐬자 한다. 찬 바람을 맞으며 옛날 이야기를 나눴다. 잊고 지내던 이야기들이 되살아났다. 나의 첫 밴드를 함께 한 친구와 새벽바람을 맞으며 150원짜리 커피를 마셨다
어느덧 10년 전의 이야기. 종종 함께 연주를 하기로 했다. 10년동안 실력은 얼마나 늘었으려나. 그땐 둘다 기타는 못 쳤는데-
이렇게 또 장난감같은 밴드 하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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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롭구나
자리에 없는 다른 얼간이에게 전화를 걸어 약을 올리며
열쇠고리로 병뚜껑을 땄다
새로운 밴드 이름이 하나 더 늘었고
맥주에 콜라를 섞어 마셨다
일요일 밤
여유롭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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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힘찬이가 기타도 쳤어? ㅇㅇ
피아노 하나는 진짜 끝내주게 잘 쳤었는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