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적끈적 하고 꿉꿉하고 가렵다. 1년치 때가 켜켜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귀를 파고 귓바퀴를 긁어도 그때 뿐이다. 이 근질거림은 계절이 여름의 중심을 향해 갈 수록 심해진다. 그래서 나는 요즘 심하게 긁적이는 편이다. 하지만 이제 한달정도만 참으면 된다. 한달여 후면 2박 3일 밤낮 안가리고 샤워 할 수 있다.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작렬하는 태양 빛 아래서, 쏟아지는 게릴라성 폭우를 맞으며 나를 씻는. 1년치의 소리샤워... 페스티벌이다. 락 페스티벌

서브스테이지 feeder 때..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음악에 흠뻑 젖어보고 싶다면 락 페스티벌만큼 좋은 기회가 없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뮤지션도 부쩍 늘었고. 좋은 음악 많이 들려주는 음악축제도 늘었지만, 그래도 대책없이 3일동안 밤새워가며 오로지 음악을 듣고 음악을 먹고 음악을 마시는 일은 락 페스티벌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페스티벌 행사장 내에 세워진 여러개의 스테이지에 다양한 밴드가 쉼없이 오르내린다. 좋아하는 밴드가 오르는 시간에 맞춰 스테이지를 오가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날 그날의 메인 밴드라고 할 수 있는 헤드라이너의 공연이 끝나고 늦은 밤이 되면 그 때 부터는 락 페티벌의 스테이지가 댄스 스테이지로 바뀐다. 국내외 유명 DJ들이 쏟아내는 비트에 몸을 맡긴 채 흔들어대다 보면 어느 새 동이 튼다
락 페스티벌에 음악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곳에 가면 수천, 수만명의 또 다른 내가 있다. 황금같은 여름휴가를 락 페스티벌에서 온갖 고생 다 해가며 보내는 사람들. 있는 돈 없는 돈 긁어 모아 티켓을 사고, 비 새는 텐트에서 3일동안 새우잠 자며 페스티벌을 즐기는 사람들. 이 사람들과 함께 3일 밤낮을 보내다 보면 수만의 군중이 하나가 되어 한 목소리로 환호하고 같은 박자에 발을 구르며 선한 눈빛을 나누는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 페스티벌의 주인공은 스테이지에 오른 세계적인 락스타가 아니다. 오히려 주인공은 음악을 듣는 나와 당신이다. 마주친 눈에 선한 웃음으로 답하고, 군중속에서 기차놀이를 하고, 그 기차의 길을 터주고, 하이파이브를 하는 당신과 내가 그날 밤의 락스타

이한요르단과의즐거운한때
무대 바로 앞에서 군중과 뒤섞여 온몸으로 음악을 느끼는 것도 좋지만 한발짝 물러서서 바라보는 것도 훌륭하다.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수천 수만명의 사람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무대에 선 밴드와 군중이 마치 기싸움 하듯 서로를 흥분시키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마치 장에모 감독이 연출한 거대 스케일의 극을 보는 듯한 느낌도 얻을 수 있다. 조금 더 떨어져 돗자리나 간이 의자를 마련해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기는것도 좋다. 다년간의 경험에 의하면 음악 소리는 무대에서 어느정도 떨어질 수록 잘들린다. 하지만 무대 바로 앞에서 손에 닿을듯 가까이에 온 밴드를 보며 자지러지든, 군중에 섞여 흔들리며 음악에 젖든, 한걸음 떨어져 여유있게 음악을 즐기든, 그날 그자리에 선 모두. 주인공이다

난민포스
하지만 락페스티벌의 주인공이 되는 일에는 정말 많은 고행이 따른다. 절정의 휴가철인 시기에 휴가를 따 내는 일. 설사 휴가를 얻었다거나, 사실 백수라거나 하여도 바다로 산으로 강으로 해외로(!) 떠나고파 하는 가족과 애인(!)과 친구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 따지고 보면 밴드 하나에 몇천원씩 내고 보는 셈이지만 그래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티켓값. 페스티벌 현장까지의 이동비용과 시간. 3일동안의 잠자리와 먹을거리에 드는 비용. 캠핑을 한다면 필수불가결인 난민생활. 내리쬐는 뜨거운 태양 빛. 언제 그랬느냐는 듯 쏟아지는 장대비. 질척해지는 흙바닥과 수도 없이 밟히는 발. 시도 때도 없이 물어뜯는 모기까지
그래도 나는 페스티벌로 간다
1년치 소리샤워를 하지 않고는 도저히 안되겠는걸




흐흠.. 지산과 펜타포트.. 말이 많더라만 뭐, 즐기는 이들이야 라인업따라 가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