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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05 감기를 앓다 (3)

감기를 앓다

June 06-07 2007/02/05 02:39
며칠동안 감기를 앓았다. 아직도 다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어느정도 회복되어 무리하게 외출만 하지 않는다면 이틀 정도 지나면 깨끗이 나을 것 같다. 정초에 집에 내려갔을 때에도 감기에 걸려 고생했는데, 꼭 한달만에 다시 걸렸다. 그때, 한해 시작부터 감기에 걸렸으니 올해는 내내 안아프겠구나- 하고 액땜한샘 치자고 어머니와 농담처럼 이야기 했는데, 바람대로가 아닌가보다. 올해는 감기를 달고 살기라도 하게 되는건가

1월에는 그나마 집에 내려가 감기에 걸렸기에 다행이었다. 어머니도 있었고, 동생도 곁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랐다. 자취생이 가장 서러울 때가 아플때라는데- 자취 생활 시작한 이후로 몇차례, 술병도 나보고, 체하기도 해 보았지만, 이번처럼 끙끙 앓은 일은 없었다. 다행히도 여자친구가 연락을 받고 바로 와 주어 약이나마 챙겨먹었기에 망정이지, 안그랬으면 정말 서러웠을법 싶다. 아가씨께서는 또한번 달려와 병원에 데리고 가 주는 수고도 해 주셨다

라발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약을 사다주었고, 이한열이는 내방을 코인락커로 쓰면서 코인 대신 감기약을 넣었다. 아무튼 덕분에들 그나마 덜 서러웠고, 도움도 됐다

나는 한번 병을 앓으면 심하게 앓는 편이다. 엄살이 심한건지 몰라도 어디가 베이거나 까지거나 깨지는 일에는 덤덤한 편이니 꼭 그런것도 아니다. 아무튼 이번 감기도 나는 죽도록 앓았다. 죽도록

방에 누워 식은땀을 흘리고 여기저기의 통증에 끙끙대며, 죽겠다- 라는 소리가 입 밖으로 절로 나왔다. 그리고는 기분이 이상해졌다. 죽겠다- 라는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데. 특히 나는-

아버지는 내가 군대에 가 있는동안 돌아가셨다.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열흘 전이었다. 6주 정기 외박을 나온 나는 내 눈을 밑을 수가 없었다. 6주 전만 해도 멀쩡했던 아버지가 6주만에 반쪽이 되어있었다. 어디 아프리카 난민의 환자처럼 살이 모두 빠져 뼈만 앙상했다.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짧은 시간 사이에 변할 수 있을까 싶었다. 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끌어안고는 눈물을 흘리셨다

열흘 뒤 다급한 연락을 받았다. 겨우겨우 허가를 얻어 외박을 나와 서둘러 병원에 도착 했을 땐, 이미 아버지는 혼수상태에 빠져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탁해져버린 눈동자는 내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는 몇시간 후에 돌아가셨다. 아버지 나이 50세, 간암이었다

종류가 어떻게 되든 암은 참 끔찍한 병이다. 병을 앓는 환자는 물론 가족들도 모두 힘들어지게 된다. 환자의 고통, 환자와 가족의 심적 고통, 병을 치료하는 과정, 치료비 모두 끔찍하다. 화목했건 그렇지 못했건 가정이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아버지는 그 모든 과정을 6주에 한큐로. 끝내버렸다

사실 아버지께 병이 있다는 사실을 안 건 10년도 더 된 일이다. 아버지께는 만성 간질환이 있었다. 간염과 종양이 있었고 암으로 발전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병이었다. 아버지는 치료받지 않으셨다. 병원치료를 받지 않고 민간 요법과 자연식-지금은 사람들이 웰빙 식단이라고 부르는 것-을 행하셨다. 당시 병원에서 아버지가 얼마나 더 살게 될것이라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아버지는 꼭 10년을 더 살았다

아버지가 병원치료를 거부한 것이 잘한 일인지 어떤건지, 나로서는 모르겠다. 멀쩡한 아들놈을 두놈이나 두고 간이식 수술을 받지 않고 돌아가신걸 생각하면 원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를 원망할 수 없다. 원망해서는 안된다. 아버지는 10년동안 겪을 고통을 6주에 한큐로 끝내셨으니까

그때부터 병원에 다니며 병을 치료하려 하셨다면 분명 우리 가족은 함께 투병생활을 해야 했을 것이다. 치료비도 무시하지 못했을 것이며, 안정된 생활을 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아버지는 모든것을 짐작하고 병원 치료를 거부하셨을 것이다. 아버지는 병과 싸우는 길 대신. 천천히 병을 앓는 길을 택하셨다. 약과 주사, 수술 대신 깨끗한 공기, 좋은 음식으로 몸을 위로하며 병을 자신의 한 부분으로 품고 사셨다. 10년동안 겪을 고통을 어르고 달래며 모아두었다가 한번에 맞이하고는 돌아가신거다

아버지가 어르고 달랜 10년치의 고통은 아버지의 고통이 아니라 어머니와, 나, 동생이 겪을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죽겠다는 소리를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 10년동안 죽겠다-싶었을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나는 살아야한다. 그것도 잘-



올해들어 두번째 감기를 앓았다

2007/02/05 02:39 2007/02/05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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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르 2007/02/05 0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에서 읽을 법한 가슴아픈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2. 뷁~ 2007/02/05 14: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헉....몰랐구만요...

    빨리 완전 쾌차하시길..

  3. 대현 2007/02/05 17: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해 들어 가장 가슴을 울리는 글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