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에서 하는 작문. 어제는 팀원들이 '반성문'이라는 단어를 던져줬다. 한시간 안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일은 꽤나 어렵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도 버거운 시간동안 정제된 문장을 써야하고 구성이 좋은 글을 써야한다. 와중에 독창성도 확보해야하되 공감을 살 수 있어야 한다. 방법없다. 그저 훈련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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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
B플랫쯤 될까. 저 소리
'탁탁탁탁탁'
반복될수록 소리가 높아져 반음정도 올라간다. 계이름으로는 시. 씨...
"여기 이 부분이 잘못됐잖아! 학기가 끝나가는데 이게 뭐야"
"죄송합니다"
"다시해와!"
돌려받은 악보엔 볼펜 끝으로 찍은 '탁탁탁탁탁'의 자국들이 더럽게 남아있다. B플랫, B플랫, B플랫, B, B...
"도대체 왜 배운대로 하지 않는거야, 코드진행도 엉망이고, 화성도 꼭 하나씩 엇나가있잖아. 이건 알면서도 이렇게 한거밖에 안돼. 지금, 나한테 반항하는거야?"
"아닙니다"
"나가봐"
최악의 수업이다. 작곡실기. 교수는 실습과제마다 개인지도를 한다. 개인지도는 중간, 기말 두번 뿐이지만 나는 벌써 다섯번째다. 내가 낸 중간과제가 제대로 교수에게 찍힌 탓이다. 나는 그저 내게 들리는 소리를 조금 섞었을 뿐인데. 엄마에게 전화를 하기에는 피아노학원이 바쁠 시간이고, 그를 불러내면... 오늘도 밤새 그의 숨소리를 들어야 할게 뻔하다. 과제나 다시 해야지
반성문을 쓰는 기분이다. 그날 나는 해가 저무는 놀이터에서 그네 앞을 떠날 수 없었다. 피아노 학원도 빠지고. 그네가 앞뒤로 흔들리며 내던 소리는 피아노 건반에서는 찾을 수 없는 소리였으니까. 그네의 쇠줄이 기둥의 쇠고리와 마주대며 내는 소리는 학원에서 연습하던 체르니와는 다른 음악이 되어 들려왔으니까
그날 엄마는 마음대로 학원을 빠지고 집에도 늦게 들어왔다며 나를 혼낸 뒤 반성문을 쓰게 했다. 학원을 빠진거면 빠진거고 집에 늦게 들어왔으면 늦게들어온거지, 엄마가 원장선생님인 피아노학원 딸인 나로서는 큰 잘못을 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반성문은 써야만 했다. 잘못했다고
내가 섞어둔, 교재에는 없는 소리를 모두 지우고 반성문을 쓴다. 악보에 내 곡은 없고 그저 어디서 들어본듯한 소리들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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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아이디어를 훔쳐가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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