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다면? 나는 이러한 상황을 얼마 전 체험했다. 여름방학 동안 1개월간의 인도 배낭 여행을 다녀온 것. 보고 듣고 체험할 것이 무수히 많은 여행을 다니면서도 나는 때때로 인터넷을 통해 무언가 보고 듣고 기록하기를 갈망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여행하느라 제때 요금을 내지 못해 끊겨있던 인터넷에 경악했던 기억이 여행에서의 감흥보다 강렬하고 생생할 정도다. 내가 보고 듣고 기록하기 위해 그토록 이용하고자 했던 수단이 인터넷 이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를, 나의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매체 이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알아보기로 한다
그에 앞서, 분석을 위한 조사 대상일 선정이 이루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과제가 제시된 후,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전, 그날의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매체 이용에 대한 간단한 평가를 내리기로 했다. 분석 대상이 될 이틀의 평일과 하루의 주말 동안에 과도한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매체 사용이 발생하거나, 반대로 거의 발생하지 않으면 분석이 곤란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분석 대상이 된 9월 17일, 9월 21일, 9월 30일은 지극히 ‘평범하게’ 보낸 이틀간의 평일과 하루의 주말이었다.
(1) 나는 어떤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매체를 가장 많이 이용하였는가? - 인터넷
3일간 내가 이용한 미디어 및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종류와 각각의 이용 시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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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
TV |
인터넷 |
iPod
(MP3) |
GPS |
책 |
IPTV |
휴대폰 |
컴퓨터 |
|
시간(분) |
600 |
560 |
163 |
130 |
90 |
220 |
44 |
360 |
|
순위 |
1 |
2 |
5 |
6 |
7 |
4 |
8 |
3 |
매체의 종류는 TV와 인터넷을 비롯하여 8가지이다. (컴퓨터 사용 시간 중 매체 일기를 기록하기 위해 사용 된 시간은 매체 일기에는 기록하였으나 집계에는 제외시켰다) 이중 가장 많이 이용한 매체는 3일간 600분을 기록한 TV이다. 하지만 TV의 경우 TV를 켜 놓은 채, 식사를 하거나 등교 준비를 한 시간이 많다. 매체 일기에 기록 된 600분 중 TV시청에만 집중한 시간은 230분으로 2위를 기록한 인터넷의 절반 수준이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한 매체는 560분을 기록한 인터넷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을 뒤이어 컴퓨터 사용시간이 360분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컴퓨터 사용 시간 중 인터넷 사용 시간을 제외한 게임, 동영상 등의 다른 작업시간들을 의미한다.
컴퓨터에 뒤이어 IPTV가 220분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IPTV는 KT에서 서비스하는 메가TV로, 인터넷에 연결되는 셋탑박스를 통해 방송, 영화, 문화 컨텐츠등을 스트리밍 방식으로 서비스하는 유료 매체이다. 인터넷, TV, 셋탑박스가 연결되어 작동하지만 별개의 매체로 분류했다. IPTV는 TV와는 다르게 상호작용성이 뛰어나지만, 그 기능이 인터넷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IPTV의 경우 컴퓨터라는 접속수단이 필요한 인터넷과 달리 셋탑박스 만으로도 간단히 네트웍에 연결됨과 동시에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인터넷보다 부분적인 편리성이 뛰어나다. 때문에 IPTV는 TV와 인터넷 어느 한쪽에 포함시킬 수 없는 매체로 구분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터넷과 컴퓨터 이용, TV와 IPTV의 이용을 위해 컴퓨터나 TV가 켜져 있는 상태의 시간이다. 이들 네 가지 매체가 이용된 시간의 합은 대략 30시간으로, 잠들어있는 시간을 제외한 3일간의 일과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시간이다. 여기에 나머지 네 가지 매체의 이용시간까지 합하면 내가 일상생활에서 매체를 이용하는데 할애하고 있는 시간은 학교에서의 수업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긴 시간이 된다. 이는 나의 생활이 대부분 미디어 및 매체를 이용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인터넷으로, 나에게 인터넷은 곧 생활임과 마찬가지임을 의미한다.
(2) 나는 어떤 미디어 내용을 가장 많이 접하였는가? - 블로그
내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는 인터넷이다. 그러므로 내가 인터넷을 통해 가장 많이 접하는 내용이 곧 내가 일상생활을 하며 가장 많이 접하는 미디어의 내용이 된다. 매체 일기에 기록된 3일간의 인터넷 이용시간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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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 |
사용
시간 |
사용
매체 |
사용
장소 |
내용 |
|
9월 17일
(월) |
10:15~11:40 |
85분 |
인터넷 |
집 |
블로그 |
|
20:00~21:15 |
85분 |
인터넷 |
집 |
블로그, 검색 |
|
00:00~00:30 |
30분 |
인터넷 |
집 |
블로그 |
|
9월 21일
(금) |
11:20~12:50 |
90분 |
인터넷
iPod |
학교 |
블로그
뉴스
이메일
홈페이지 |
|
20:10~21:20 |
70분 |
인터넷 |
집 |
메신저
동영상
블로그
뉴스 |
|
9월 30일
(일) |
11:00~11:50 |
50분 |
TV |
집 |
뉴스
블로그
동영상
홈페이지 |
총 6회의 인터넷 사용 기록 중, 내용부분에서 한번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블로그이다. 블로그란, 웹(Log)과 로그(Log) 의 합성어로 최근의 글이 제일 위로 올라오는 일지 형식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홈페이지이다. 누구나 운영할 수 있으며 운영자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다양한 주제의 블로그가 형성된다. 누구나 댓글을 달고 자신의 글을 링크시키는 트랙백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최신 컨텐츠에 대한 정보가 담기는 RSS의 기능을 통해 블로그와 블로그가 모이는 메타블로그 사이트가 형성된다. 이같이 형성된 가상의 공간을 블로고스피어라고 칭하며 현재 우리나라의 최대 메타블로그 사이트는 올블로그(http://allblog.net)이다. 블로고스피어에는 다양한 관점을 지닌 블로거들의 글이 정보 공유의 장을 형성하고 현재의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새로운 이슈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이러한 공간에서 나 역시 한 사람의 블로거로서, 뜨겁게 달아오른 이슈의 열띤 토론을 지켜보기도, 때로는 참여하기도 하며 몇 개의 블로그를 운영중에 있다. (http://shiver.co.kr) 블로고스피어에는 이슈에 대한 관점들 뿐 아니라, 블로거 개인의 관심분야에 대한 다양한 컨텐츠(UCC)가 게시되며 메타블로그 사이트를 통해 체험기, 사용기와 같은 살아있는 정보를 접하기가 수월하다.
실제로 나는 인도 여행 전, 여행에 대한 많은 사전 지식을 블로거들의 인도 여행기를 통해 습득했으며, 여행을 다녀온 지금, 예비 여행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여행 블로그를 만들어 인도여행기를 작성해 올리고 있다. (http://shivertravel.tistory.com) 또한 매일 달리기 위한 동기부여이자, 뿌듯한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달리기 블로그도 운영중에 있다. (http://shiverrun.tistory.com)
이와 같이, 나는 인터넷 사용시간의 대부분을 블로고스피어에서의 정보탐색과 이슈탐색을 통해 좀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얻으며 보낸다. 동시에, 사이버 공간에 형성된 공론장에서의 열띤 토론을 통해 다양한 관점의 사고를 경험하며 사고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이처럼 블로그는, 포털에서 시작해서 포털에서 끝나는, 주는대로 받아먹기식의 웹서핑과는 다른 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 질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블로거임이 자랑스럽다.
(3) 나의 미디어 이용 패턴에 대한 평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내가 주로 사용하는 매체는 인터넷이며, 인터넷을 통해 주로 접하는 내용은 블로그이다. 하지만 블로그 자체를 하나의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블로그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한 미디어 사용 패턴을 분석해 내기 위해서는 나의 블로그 사용에 대한 내용. 즉, 블로그를 통해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렇듯, 나의 미디어 사용 패턴에 있어 블로그가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크다. 이는 장점임과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블로그가 분명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진일보한 매체라는 점에서 블로그의 이용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형성되지 얼마 되지 않은 블로고스피어는 아직 많은 사람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블로그라는 매체가 아직까지 컴퓨터와 네트웍에 대한 지식을 지닌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한 ‘진입장벽’ 때문이다. 분명 이전의 어느 매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들이 논의의 장으로 나서는 공간이지만 그 논의를 여론으로 확장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나친 기대와 신봉은 자칫 나에게 편협한 사고만을 남겨줄 수도 있다. 이것이 나의 미디어 이용 패턴에 대한 첫 번째 평가이다.
두 번째 평가는, 미디어의 이용이 지나치게 뉴미디어, 특히 인터넷에 한정되어있다는 점에 대한 것이다. 신문을 읽어도 인터넷을 통해 읽고, 토론을 하더라도 인터넷을 통해 한다. 책을 읽지 않고 출처 모를 펌글을 읽으며, 대화를 하지 못하고 데이터를 교환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공부는 영화로 대신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도서관을 찾는 것이 아니라, 검색창을 띄운다. 책을 읽지 않고, 진지한 사고를 하지 못한 채 빠르게 올라오는 비판에 더 빠르게 비판을 달고 있으니,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게 되고, 결국 누가 더 아는 척을 잘 하느냐 경쟁으로 번지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나를 포함한 많은 블로거들이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게 되면서 반쪽 지식밖에 갖지 못한 채로 이와 같은 일을 벌인다. 아무리 블로그와 블로고스피어가 수많은 가능성을 내재한 진일보한 매체라 하더라도, 이러한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이 가져다 줄 수 있는 가능성 없다. 나는 검색창을 띄우기 보다는 좀더 도서관을 찾고, 페이지를 스크롤 하기보다는 손가락에 침을 묻혀 책장을 넘겨야 한다.
(4) 인터넷과 블로그를 사용하지 못할 때 발생할 미디어 이용 패턴
많은 시간을 사람의 얼굴이 아닌 컴퓨터 모니터를 대면하고 지내지만, 본질적으로 내가 그것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때문에 나는 어떻게든 커뮤니케이션 하고자 할 것이다. 인터넷이 하던 정보원의 역할을 신문과 방송, 잡지와 책이 대신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들을 통해 정보와 이슈를 탐색하고, 내 관심분야의 정보에 대해서는 스크랩이나 기록을 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사용하기 이전까지 내가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기울였던, 그러나 그리 적극적이지는 않았던 노력과 일치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이루어질 커뮤니케이션에서 발생한다. 일상처럼 구경하고 발을 담갔던 커뮤니케이션이 한 순간에 막혀버린다면 우선은 다른 매체를 찾게 될 것이다. 하지만 곧 포기할 것이 뻔 하다. 인터넷과 블로그라는 매체는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온 매체 중 가장 제약 없이, 특히 내가 처한 조건-위치,지위,배경 등-에 관계 없이 자유롭고 편리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었는데 그것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면, 그것으로 말미암아 조금이나마 관심을 기울이게 된 정보와 이슈에 대한 욕구가 사그라들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편리한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하고 도서관으로 파고들거나, 학술동아리라도 만들어 토론을 하게 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보다는 TV를 켜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게임을 죽치고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터넷과 블로그가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매우 편리해서, 나로 하여금 커뮤니케이션 자체를 일종의 놀이로 인식하도록 하고, 그것을 위한 지식과 정보의 습득의 과정 마저 즐겁게 해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편리성이 상실된다면, 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자 할 것인가? 아니면 놀이를 하고자 할 것인가? 불길하게도 나는 TV를 켜고 말 것 같다. 참고로 3일간 가장 많이 이용한 매체 2위는 TV다.
(5) 미디어 이용이 나에게 미치는 효과
미디어는 끊임없이 나에게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특히 매스미디어의 둘레 가장 바깥쪽에 있는 블로그는 나에게 끊임없이 다르게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것을 요구한다. 블로고스피어에서는 같은 사건을 두고 여러 개의 시선들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펼친다. 구경만 해도 재미있고, 발을 담가보아도 좋다. 뉴스를 보거나 신문을 읽고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하더라도 현실에서는 거기서 끝인 생각이, 블로고스피어에서는 누군가의 동의를 얻기도, 누군가의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 흥미를 붙여 단편적인 정보습득에 매달리게 되지만 않는다면, 좀더 진중한 블로거가 될 수 있다면, 블로고스피어는 분명 나의 편협한 시야를 넓혀주고 다양한 관점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나를 발전시켜 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올블로그를, 블로고스피어를 기웃거린다.
-기웃거리긴 하는데, 요즘 글을 너무 안쓰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