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공부는 참 못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 학교에 살다시피 하면서 공부했다. 엄마 몰래 한 밴드도 나름의 활력소가 되어 주었고. 지금은 이름이 WWE로 바뀐 WWF 스멕다운도 수험생 스트레스 해소에 한 몫 했다. 방송이 있는 날이면 자율학습을 일찍 마치고 돌아와 동생과 앉아 보던 레슬링이 어찌나 재미있던지. 격투기에 비하면 온갖 뻥스러운 액션과 아픈척 투성이지만. 중계방송은 없어진 iTV에서 일주일에 한번씩 해줬다

이래저래 iTV는 참 고마운 방송이다. 락음악을. 밴드음악을 도통 시끄럽고 정신 사나운 것으로만 생각하던 내가 '오호, 그렇지만도 않은걸?' 하며 '밴드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했던 리얼드라마. 벌써 10년 전이다

팝과 락에 목마른 고교생에게 전영혁의 음악세계, 이무영의 팝스월드, 김완태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깊은밤에 락이좋다는 생명수였고, 이따금 공부하다 쉴때 보던 홍콩의 채널V에 나오는 영미권 밴드의 비디오는 가뭄의 단비였다. 그러던 와중 iTV에서 또 한번 자비를 베풀었으니- 팝 전문 프로그램이 생긴것이다! 이제는 그 프로그램의 이름조차 생각이 나지 않는다. 참 열심히 봤는데. 팝스월드, 뮤직월드 뭐 이런식으로 굉장히 뻔한 이름이었을거다

프로그램 이름이 뻔한 만큼, 내용도 뻔했다. 판매량 차트를 소개하고, 나름의 앙케이트 차트도 소개했다. 차트 1,2위를 차지한 곡들의 비디오를 틀어줬고, 덕분에 난 에미넴의 without me  뮤직비디오를 외울정도로 봐버렸다

뻔한 와중에 가장 볼만한 코너가 있었다. 진행을 맡은 음악평론가 성우진의 추천 코너였다. 그는 매주 새로운 아티스트나 거장인 아티스트의 비디오와 라이브를 소개시켜주었고, 이제 막 열심히 음악을 듣고 따라하기 시작했던 내게는 종합선물같은 존재였다. 정말 좋은 비디오와 라이브가 많았다. 그때 봤던 jewel의 라이브는 아직도 기억난다. 멍하니 텔레비전 앞에 쭈그리고 앉아 음악을 듣다 보면 애석하게도 음악이 끝나기 전 프로그램이 먼저 끝나곤 하는 불상사도 많았다

그렇게, 뮤직비디오의 절반도 채 보지 못했던 biffy clyro
끝까지 듣지도 못한 음악이었지만 나는 그들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느끼고 있었다. 아- 이 밴드다

그래-
이 밴드다

2001년 즈음이었으니. 정말 오래됐다. 그때는 검색해도 찾아보기 어려운 밴드였다. 내가 듣던 라디오 방송에 신청곡을 모두 biffy clyro로 적어 보냈으나 역시 다시 들을 수는 없었다

이제는 유튜브 검색으로 수백개의 영상을 볼 수 있고, 정규 앨범은 모두 모았지만-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돌아와 텔레비전 앞에 쭈그리고 앉아 음악을 듣던 수험생의 뇌리에 박힌 그 감동을 다시 맛보기는

어렵겠지-




꼭 한번 볼 수 있기를. biffy-
2009/02/06 00:22 2009/02/06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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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녀 2009/02/07 12: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나도 고딩때 보던 팝프로그램이 갑자기 떠오르네. 그땐 영어공부한다는 핑계랍시고 star tv (맞나; 기억이 가물가물) AFKN의 팝프로그램을 봤지.. Jewel 너무 좋지 않았니. 시집도 보고싶었어! ㅠ_ㅠ